- 평점
- 7.5 (1988.12.31 개봉)
- 감독
- 블라디미르 멘쇼프
- 출연
- 베라 알렌토바, 이리나 무라뵤바, 알렉세이 바탈로프, 라이자 라자노바, 올레그 타바코브, 빅토르 유랄스키, 발렌티나 우스하코바
제9부: 숨겨진 전쟁들 - 라틴 아메리카 개입과 냉전의 그림자 (1954-1980년대)
1954년부터 1980년대에 걸쳐 미국은 냉전 시대의 논리 하에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광범위하게 개입하며 이른바 숨겨진 전쟁을 수행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수호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했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 기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하는 등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정책 배경과 공산주의 확산 저지 노력
미국은 오래전부터 먼로 독트린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를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고 노력해 왔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정권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정부를 잠재적인 공산주의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들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미국이 자유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공산주의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과테말라, 칠레 등에서의 CIA 개입과 군사 쿠데타 지원 사례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CIA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과테말라 (1954년):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은 토지 개혁을 추진하고 미국의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은 아르벤스 정부를 공산주의 세력으로 간주하고 CIA를 통해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여 친미적인 군사 정권을 수립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 칠레 (1973년): 사회주의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하자, 미국은 그의 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CIA를 통해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부는 아옌데 대통령을 살해하고 장기간의 독재 정권을 수립했다.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 저지라는 명목 하에 민주주의를 짓밟고 권위주의 정권을 옹호한 것이다.
- 기타 사례: 이 외에도 브라질 (1964년), 도미니카 공화국, 니카라과 등 여러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반공 세력을 육성하여 내전에 개입하는 등 숨겨진 전쟁을 수행했다.
반공 세력 지원과 내전 개입의 결과, 해당 지역의 반미 감정 고조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개입은 해당 지역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이 지원한 군사 독재 정권들은 인권을 탄압하고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했으며, 민주주의 발전은 심각하게 저해되었다. 또한, 미국의 개입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내전을 부추기고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었으며,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권위주의 정권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개입이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발전에 미친 부정적 영향 분석
미국의 냉전 시대 라틴 아메리카 정책은 이 지역의 정치, 경제 발전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지원한 독재 정권들은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 불평등을 확대시켰다. 또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들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제적 자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라틴 아메리카는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라틴 아메리카의 발전을 희생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9부 마무리
1954년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하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공산주의 확산 저지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의 냉혹한 현실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CIA를 통한 비밀 공작, 군사 쿠데타 지원, 반공 세력 육성 등 미국의 숨겨진 전쟁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반미 감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 국가를 자처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비도덕적인 수단도 서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냉전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 시기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체제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인 권위주의 통치가 이어졌다. 1979년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잠시 '서울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의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1980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등장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혈 진압으로 다시 군사 정권이 들어섰다. 미국은 이러한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는다는 전략적 목표 하에 한국 군사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선순위에서 미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