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5 undefined
- 감독
- 에릭 종카
- 출연
- 아브라함 벨라가, 에밀 베를링, 마이크 응우옌, 쿨 쉔, 폴 스페라
제8부: 핵 위협의 시대 - 쿠바 미사일 위기와 긴장 완화 모색 (1962년 및 이후)
1962년은 냉전 시대가 핵전쟁의 위협이라는 가장 극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던 해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사용 직전까지 이르렀던 사건으로, 이후 양국은 핵전쟁의 위험성을 절감하고 긴장 완화를 모색하는 데탕트 (Détente)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 시기는 핵무기가 냉전 시대에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군비 통제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시작된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 핵전쟁 직전의 긴장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미국 U-2 정찰기가 쿠바에 건설 중인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를 촬영하면서 시작되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들어선 카스트로 정권이 소련과 밀착하자, 미국은 쿠바를 자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또한, 미국은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앞서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한 미국의 핵미사일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는 소련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0월 22일,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소련에게 즉각적인 미사일 철수를 요구하는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였다. 미국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였고, 전 세계는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10월 26일,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쿠바 침공을 포기한다면 미사일을 철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비밀 협상에서 미국은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소련의 쿠바 미사일 철수를 받아들였다. 10월 28일, 흐루쇼프는 쿠바 미사일 철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위기는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힘을 과시하며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하였다.
1963년: 핫라인 설치 - 직접 소통의 필요성 인식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과 소련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신망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 결과, 1963년 8월, 백악관과 크렘린궁 사이에 핫라인이 설치되었다. 이는 양국 정상이 긴급한 상황에서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해와 오판으로 인한 핵전쟁 발발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하였다. 미국은 전 세계의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국과 소련 간의 오해를 줄여 핵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컸다.
196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반: 데탕트 시대의 개막 - 미국의 전략적 계산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은 제한적으로나마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데탕트 (Détente)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이 시기에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특히,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국내외적 부담을 줄이고, 소련과의 경쟁 비용을 절감하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하였다. 또한, 중국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국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련과의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1969년 - 1979년: 전략 무기 제한 협상 (SALT) - 미국의 군비 통제 노력
데탕트 시대의 핵심적인 성과는 "전략 무기 제한 협상 (SALT: 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이다.
- 1969년 - 1972년: SALT I 협상 및 조약 체결: 미국과 소련은 전략 핵무기의 양적 제한을 목표로 SALT I 협상을 진행하여 1972년 잠정 협정에 서명하였다. 이는 양국이 처음으로 핵무기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질적인 제한은 포함되지 않았고, 상호 간의 불신은 여전하였다. 미국은 이 협상을 통해 소련과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군비 증강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 1973년 - 1979년: SALT II 협상 및 조약 체결: SALT I의 한계를 극복하고 핵무기의 질적인 제한까지 포함하는 SALT II 협상이 진행되어 1979년 조약이 체결되었으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발효되지 못하였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의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국제적인 합의조차도 거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970년대: 지속되는 냉전과 미국의 패권 유지 노력
데탕트 시대에도 미국과 소련의 근본적인 이념 대립은 해소되지 않았다. 양국은 여전히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내세우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경쟁을 지속하였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에서 미국과 소련은 대리 세력을 지원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숨겨진 전쟁을 수행하였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했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음을 방증한다. 또한, 미국은 자본주의 체제를 확산시키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였다.
제8부 마무리
쿠바 미사일 위기는 핵전쟁의 공포를 현실로 느끼게 한 사건이었으며, 이후 미국과 소련은 제한적인 협력을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하였다. 데탕트 시대와 SALT 협상은 핵무기 경쟁을 통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냉전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미국은 전 세계의 경찰 국가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워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이 시기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하에 경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적인 통치 체제가 강화되면서 정치적 자유는 억압받았고, 1972년에는 유신헌법이 선포되어 대통령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었다. 미국은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는다는 냉전적 전략 하에 한국과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유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